글 | 로저 셰퍼드, 번역 | 강의구.
It was the first day of June (2017) when we arrived in the small Baekdu Daegan village of Ryongjo-ri located west of the port city of Wonsan in the province of Kangwon-do, North Korea. Over his smartphone, Hwang had managed to haul a disgruntled forest guide away from his friend’s wedding ceremony. Kim Chol-wang came stomping down the village track, a young tough looking fella. When he removed his pine-green forest service jacket, the sleeves of his shirt were ripped off at the shoulders. He had a sturdy body with big upper arms and chest. Maybe he was still upset at us, as his eyes hummed a wildness. With his thin barely visible moustache that sat above a stern upper lip, he had the demeanour of a Chinese street criminal. But a good joke quickly brought a broad smile across his face, making him appear (to me at least) Korean again. Married with a daughter, he claimed to drink three litres of soju a day. Like all the men in the North, he enjoyed a smoke.
It was mid-afternoon, under a dark rumbling sky, when we found a suitable campsite at the top of the village, next to a stream in a valley. It was from this spot that we would plan to climb to Seongjae-san, 1102m the next day. By then, it had become surprisingly cold as a thick mist seeped down from the ridge, casting a ghostly shroud around us. We set up our two Sahale tents and got a fire going to keep warm.
Sitting on rocks, huddled around the fire, we cracked open the 5litre flagon of acorn soju and snacked on peanuts, sweet bread, rice, and locally fermented Gom-chwi, a common ragwort plant. Locals made their way down from the mountain with their goats. The conversation moved to tigers, and the jovial Pak Song-ho told us how when he had been eating wild pig meat in a Kangwon-do village and asked his host if he could acquire some tiger pooh for medicinal means. The man replied he could, but that it would take a couple of days.
I asked Mr Pak if he ever got the pooh, and he told me he never returned to find out.
“That is no evidence of tiger, then!” I stated.
But Mr Pak replied that if the host said he could find the pooh, then that means there must be tigers!
우리는 강원도 마식령 스키장 바로 북쪽의 령저리라는 자그마한 백두대간 마을에 도착했다. 6월 1일이었다.
황승철이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더니 산림청 안내인 한 사람을 합류시켰다. 친구의 결혼식에 있다가 끌려 나온 그는 기분이 상해 있었다. 김철왕은 마을 길을 터벅거리며 요란하게 내려왔다. 억세 보이는 젊은 친구였다.
산림청의 녹색 제복 윗도리를 벗자, 양쪽 소매를 어깨에서 찢어 낸 셔츠가 나타났다. 팔과 가슴이 우람하고 탄탄한 체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눈에 사나운 빛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아직도 우리한테 화가 나 있는 듯했다. 굳게 다문 윗 입술 위로 보일듯 말듯한 콧수염을 한 것이 흡사 중국인 불량배 같은 몸가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미있는 농담을 한 마디 건네자 이내 그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피었다. 그러는 그가 내게는 다시 코리언으로 보였다. 결혼해서 딸 하나를 둔 김철왕, 하루에 소주 3리터를 마신다고 호언장담 했다. 그는 여느 북한 남자들처럼 담배를 좋아했다.
천둥소리가 우르릉거리고 하늘이 시커멓게 어두워진 오후 나절 중반쯤, 우리는 마을 위쪽 계곡의 개울가에 좋은 캠프사이트를 하나 발견했다. 여기서 다음 날 성재산(1,102m)을 올라갈 예정이었다. 사할리 텐트 두 동을 치고 불을 피워 몸을 녹였다. 능선에서 스며 내려온 짙은 안개가 우리 주위를 유령처럼 둘러싸고 있어 갑자기 추워졌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바위를 의자 삼아 불 주위에 둘러앉아 5리터짜리 도토리 소주병을 따고, 땅콩, 빵, 밥 그리고 마을에서 담근 곰취 장아찌를 안주 삼아 마셨다. 마을 사람 몇이 염소를 몰고 산에서 내려왔다.
이야기가 호랑이로 옮겨가자, 활달한 박성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번은 그가 강원도의 어떤 마을에서 멧돼지 고기를 먹고 있다가, 집주인한테 약에 쓸 호랑이 똥을 조금 구해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다. 주인 남자는 구해 줄 수는 있는데 이틀 정도 걸릴 거라고 했단다.
내가 박 씨에게 그 똥을 구하긴 했느냐고 물었다. 박 씨는 그 마을로 다시는 돌아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대꾸했다.
“그럼, 호랑이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는 거잖아요!”
내가 말했다.
박 씨는 주인이 호랑이 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는 건 호랑이가 틀림없이 있다는 뜻이라고 우겼다.
그러자 김철왕이 이야기를 거들기 시작했다.
That’s when Kim Chol-wang chipped in and told us a story. He’d heard that a forager near here had once slept overnight in a cave when a tiger tried to enter. Terrified and trapped, he didn’t know what to do, so he threw his clothes on the fire, causing it to blaze, and the tiger left. The man then fled the cave naked in the night, stating the tiger couldn’t follow him, as his scent was still on his now burned clothes in the cave.
“So he got away then?” I asked.
“Not quite,” Kim replied, “The man couldn’t shake the memory of the tiger and died still in shock one month later.”
Hmm, another tall tale, I thought. But if true, then there was something bewitching about this death.
The drinks kept flowing around the glowing campfire. A biting wind blew.
Pak asked me if I knew how a Korean tiger would kill a human? Shrugging my shoulders, I suspected this was a trick question.
“A Korean tiger won’t kill a human on the spot it finds you. Instead, with its burning eyes, it will hypnotise you, and lure you deep into the forest. You will follow the tiger, and when it is satisfied with a location, it will kill you and eat you there.”
The campfire echoed with wary chuckles.
“Really? So what to do if you meet a ‘Korean’ tiger?” I asked.
“Ah!” Pak took another sip, straightened his back, and raised his finger. “The best way to stop a tiger is spin around from its stare, drop your pants, bend over, and show him your butthole.”
The campfire burst into hoarse laughter and knee-slapping.
“Shut up, shut up, let me finish,” he insisted. “Then you run bent over away from the tiger, so the tiger becomes confused.”
Catching his breath, one of the men asked how that was confusing?
“Well, it can no longer see your arms or head, just a butthole, so it now doesn’t know what you have suddenly become!”
Hearing that, our driver Han, fell sideways off his rock with laughter. The rest of us curled forward with hysteria, almost tipping into the fire. When we finally stopped laughing, I wiped the tears from my eyes and said, “Yes, no creature would have seen anything like that before…you’re right!” Pausing for a breath, “If I see a tiger tomorrow, I’ll be sure to do that then.”
한번은 근방에 약초꾼 한 사람이 동굴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려고 잠을 자고 있었는데 호랑이가 굴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고 한다. 굴 안에 갇혀 사색이 된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입고 있던 옷을 모닥불에 던졌다. 불길이 오르자 호랑이는 가버렸고, 약초꾼은 그날 밤 벌거벗은 채 동굴에서 도망쳐 나왔다. 정신이 반쯤 나간 그는 동굴 안에 있는 타버린 옷에 아직 그의 체취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호랑이가 자기를 쫓아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그 약초꾼은 무사했나요?” 내가 물었다.
“그게, 그렇지 못했어요,”
김철왕이 대꾸했다.
“약초꾼은 호랑이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쇼크로 시달리다가 한 달 후 죽어버렸어요.”
글쎄, 나는 이것도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았다. 죽은 사람을 조롱하다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그게 사실이었다면 이 죽음에는 무슨 마법이 작용했던 게 아닐까.
우리는 모닥불 주위에 앉아 술을 계속 마셨다. 살갗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이 불어닥쳤다.
박성호가 내게 조선범이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어깨를 추스르며 이건 나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속임수 질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조선범이 사람을 사냥할 때는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이지 않아요. 불이 철철 흐르는 눈으로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 숲속 깊은 곳으로 유인해요. 여기 걸린 사람은 호랑이를 따라가게 되고, 호랑이가 원하는 장소에 도착하면 거기서 사람을 죽이고 먹어치우지요.”
약간은 미심쩍은 듯 킬킬거리는 소리가 모닥불 주위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정말요? 그럼 ‘조선’범을 만났을 땐 어떻게 해야 하지요?”
내가 물었다.
“아!” 박 씨는 소주를 한 모금 더 마시더니, 허리를 꼿꼿이 펴고 손가락을 위로 들어 올렸다.
“호랑이를 물리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호랑이의 노려보는 눈길을 피해 빙글빙글 몸을 돌리며 팬티를 내리고, 허리를 구부려 똥구멍을 호랑이한테 보여주는 겁니다.”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폭소가 터졌다. 모두 무릎을 치면서 웃느라고 모닥불 주위에 난리가 났다.
“입 다물어요, 다물어!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요,”
그가 계속했다.
“그런 다음, 구부린 채로 호랑이로부터 도망치면 호랑이가 헷갈리게 돼 있어요.”
일행 중 한 사람이 겨우 숨을 돌려 그게 어떻게 호랑이를 헛갈리게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게요, 호랑이 눈에는 사람의 팔과 머리는 안 보이고 똥구멍만 보이게 되니까, 이 사람이 지금 갑자기 뭐로 둔갑했는지 모르잖겠어요!”
한명수는 웃다가 앉아있던 바위에서 굴러떨어졌다. 우리도 배꼽을 잡고 미친 듯 웃다가 불로 굴러 들어갈 뻔했다. 마침내 웃음이 그치자, 나는 눈에서 눈물을 훔쳐내며,
“맞아요, 어떤 동물도 그렇게 생긴 건 처음 볼 테니까…당신 말이 맞아요!”
나는 웃다가 아파진 배를 움켜쥐었다.
“내일 호랑이를 만나게 되면 꼭 그렇게 해볼게요.”
우리는 저녁으로 라면과 밥과 곰취 장아찌를 조금 더 준비했다. 저녁을 먹으려는데 얼음처럼 차가운 비바람이 강하게 몰아쳐 모두 텐트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왜 이렇게 추워졌을까?
김철왕이 여기 사투리로 도새라고 불리는 이 지방의 드문 기후 현상에 대해 말해줬다. 이곳의 계곡은 해발 600m에 불과하지만, 한여름에도 어떻게 눈이 내릴 수도 있는지 설명했다. 도는 행정구역을 지칭하는 도, 새는 날아다니는 새에서 따온 말이라고 했다. 북쪽의 다른 도에서 생긴 찬 공기가 구름을 몰고 백두대간 넘어 이곳까지 오면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We prepared our dinner of ramen, rice, and more Gom-chwi. But before we could eat, a hard icy rain and lashing wind joined us, so we quickly moved everything into the tent. It’s June! Why’s it so cold? Kim told us about a rare local weather phenomenon that local dialect called doe-sae. Even though this valley was only 600m above sea level, even in mid-summer a brief dumping of snow could happen. He explained that ‘doe‘ meant province, and ‘sae‘ meant bird. When a cold northern wind from another province carried clouds over the Baekdu Daegan to here, it could cause a dramatic drop in temperature.
After dinner, night was on us. The rain ceased, so we returned to the fire again. We were pretty drunk. The wind picked up again, firing down the valley like a jet, quickly followed by another belt of pelting rain, which scattered us like startled cats again into our tents. Shivering from the blast, the tent shook violently around us. Then came this incredible noise. It sounded like a storm of dust was rasping meanly at our tent. We stared in shock at each other.
We looked out the tent flap, and to our amazement, we saw pea-sized hailstones shelling the ground, like machine gun fire. “It’s the doe-sae, the doe-sae!” Yelled Pak. And he wasn’t wrong.
By the morning it was all over. Some small piles of hail, now snow, clung to the bottom of our tents. The rain had washed the rest away. But it was now a crystal clear chilly morning, quite stunning, and time to hit the mountains!
We walked down to the village. I saw a woman standing outside her front door, hands on hips, looking zen-like into the distance. The low morning sun beamed on her smiling face. Everything around us was in dew and glistened magically in the new light. Small puffs of purple cloud floated over the ridge against an infinity of blue sky. It was a tranquil scene.
And there calmly on a rock above us, sat an old man. His grey hair was cut short and spiky like a marine’s. He smiled sagely down at us. A coil of blue smoke toiled from his rolled-up cigarette. He was Choi Su-nam. Our local guide.
Choi was aged in his late 60’s and walked at a comfortable pace. It took us about three hours to get to a ridge. A thick green forest canopy wrapped over us. As we climbed, the men conversed with elder Choi. They seemed in awe of his knowledge. He had lived here all his life.
저녁을 먹고 나니 밤이 찾아왔다. 비가 그쳐 우리는 모닥불로 다시 나가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모두 무척 취해있었다.
세찬 바람이 다시 일어나더니 계곡 아래로 제트기처럼 곤두박질치며 내려갔다. 이내 후두두 비가 퍼붓기 시작해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 우리를 텐트 안으로 놀란 토끼처럼 몰아넣었다. 비바람에 혼이 난 우리는 난폭하게 흔들리는 텐트 안에서 덜덜 떨며 앉아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믿을 수 없이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마치 흙먼지 벽이 우리 텐트를 한꺼번에 몰아치는 듯한 소리였다. 다들 놀라 서로 빤히 쳐다봤다.
“바로 그 도새입니다, 도새요!”
박성호가 소리쳤다.
텐트 자락 사이로 바깥을 내다봤다. 콩알만 한 우박이 기관총을 쏜 것처럼 사방으로 떨어져 땅에 박히는 놀라운 광경이었다. 때는 초여름, 6월 1일이었는데 말이다!
아침이 되자 악천후는 깨끗이 끝나 있었다. 작은 우박 무더기 몇 개가 눈으로 변해 우리 텐트 바닥 아래쪽에 쌓여 있었고, 나머지는 비에 씻겨 내려갔다. 거울처럼 맑으나 추운 아침이었다. 이제 산으로 갈 시간이었다!
우리는 마을로 걸어 내려갔다. 집 출입문 앞에 서 있는 여자가 한 사람 보였다. 두 손을 허리춤에 올려 짚고 명상하듯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낮게 뜬 아침 해가 그녀의 웃음 띤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우리 주위는 모두 이슬에 덮인 채 아침 빛에 매혹적으로 반짝였다. 자주색 구름 몇 조각이 능선 위의 끝없이 푸르른 하늘로 떠올랐다. 고요한 광경이었다.
우리 위로 솟은 바위에 노인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흰머리를 짧게 깎아 해병대의 밤송이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당당하게 미소지으며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피우는 마라초에서 나는 푸른 연기가 둥글게 피어올랐다. 최수남이었다. 우리를 성재산으로 안내를 해 줄 사람이었다.
최 씨는 60대 후반으로, 힘들이지 않고 산길을 걸었다. 우리는 세 시간가량 걸려 능선에 도착했다. 여기서 동쪽으로 가면 백두대간이었다. 짙은 녹음의 숲이 우리를 온통 감싸고 있었다. 산을 오르면서 우리 대원들은 경이로운 태도로 최 씨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A final steep burst took us to a small patch of open summit on Seongjae-san, where we made a remarkable discovery. Strewn on its northern side were hundreds of rectangularly shaped rocks. Choi informed us that a very large bongsu-dae had once stood here. This is a stone fire-tower. Built in the Koryo period some one thousand years ago, they were used all over Korea, emitting smoke in the day, and fire at night, they acted as warning beacons for the locals against foreign invaders. The towers could relay signals all the way back to the main centers. On the eastern side, I found the best section, a large intact five-meter high section of the stone fire tower.
As I stood on the stone remnants, I took what good photos I could of the views from here. After that, I joined the men to eat and drink acorn soju. Following on from last night’s tiger tales, Choi added his own fascinating story.
Sometime in the late 1960s, a man was driving his car on the barely used road that connected Pyongyang to Wonsan when he saw something he’ll never forget. A lone woman was in the middle of the road, frantically dancing, a bit like a shaman, as if in a trance. He stopped and got out to check on her. She was unresponsive as if he didn’t exist. The man looked around for some clues to this bizarre situation, and following her gaze, saw a giant tiger crouched on a boulder above the road. The tiger’s big round eyes locked on the woman. Concerned, he grabbed the woman and tussled her into the car.
The tiger moved with speed down from the rock, onto the road, and just as he was making his getaway, attacked the car. The terrified man, drove his car as fast as he could, losing the tiger, and went for safety in the village of Ryongjo-ri. As a young boy, Choi says he remembered how the car, the trembling man, and the betwixt woman arrived, causing an alarming scene amongst the gathering villagers.
I asked Choi what happened to the woman.
“I remember she hadn’t been from our village and no one knew of her.” He replied. “The driver said he wanted nothing more of it, so some officials turned up and took her away.”
Choi took a tug on his cigarette and after exhaling the smoke, “I heard that she never recovered her sanity.”
I looked at the men. Pak and Kim were blank. If they ever had a shred of doubt about their own stories, now they didn’t. It was all true! The Korean tiger had magic powers! It could hypnotise its victims!
마지막 가파른 사면을 올라가자 조망이 반쯤 터진 성재산(1,102m) 정상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아주 신기한 발견을 했다. 북쪽 사면에 사각형 모양의 바위가 수백 개나 흩어져 있었다. 최 씨는 옛날 거대한 봉수대가 여기에 서 있었다고 알려주었다. 고려 시대에 세운 것이었다고 했다. 대원들이 쉬는 동안 나는 봉우리 주위를 샅샅이 둘러봤다. 동쪽에는 5m나 되는 봉수대 일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음 연재에서 봉수대에 대해 자세히 다루어 보겠다. 원정에서 이런 것을 발견한 것은 여기뿐만이 아니었다. 아주 흥미로웠다.)
나는 흩어져 있는 바위 유적에 올라서서 여기서 보이는 경치를 열심히 찍어두었다. 지금은 녹색으로 변한 마식령 스키장의 여름철 슬로프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촬영을 끝내고 자리에 앉아 대원들과 함께 안주를 곁들여 도토리 소주를 마셨다. 어젯밤에 하던 호랑이 이야기를 계속하자, 도인 같은 최 씨가 놀라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줬다.
1960년대 말 어느 날, 한 남자가 평양과 원산을 잇는 도로에서 차를 몰고 있었다(그때는 지금보다도 차가 훨씬 적게 다녔을 것이다). 이때 그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을 목격하게 됐다.
한 여인이 길 한복판에 홀로 서서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었는데, 언뜻 보기에 신들린 무당처럼 보였다. 그는 차를 세우고 나가서 그 여인을 살폈다. 그 여자는 그가 다가가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그가 그 자리에 없는 듯 여겼다.
이 남자는 이 무슨 기묘한 광경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다 그 여인의 눈이 응시하는 곳을 봤다. 도로 위쪽의 커다란 바위 위에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호랑이의 커다란 둥근 두 눈이 여인을 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여인이 염려된 이 남자는 그 여인을 꽉 붙잡아 차 안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그가 막 출발하려는데 호랑이가 바위에서 맹렬한 속도로 뛰어 내려와 도로에 있던 차로 달려들었다. 공포에 질린 그는 전속력으로 차를 몰아 호랑이를 따돌리고, 안전한 령저리 마을로 향했다.
최 씨는 자기가 소년일 때 그 자동차와 사시나무 같이 떨던 그 남자와 신들린 여자가 도착했던 일, 그리고 모여있던 마을 사람들이 놀라서 웅성거렸던 일을 기억한다고 했다.
나는 최 씨에게 그 여인은 그 후 어떻게 됐는지 물어봤다.
“그 여자는 우리 동네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녀를 아는 사람이 없었던 거로 기억해요.”
그가 대답했다.
“그녀를 데려온 운전사가 그 여인에 대해 더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했기 때문에 관청에서 누가 나와서 그녀를 데리고 갔어요”
최 씨는 마라초를 한 모금 빨고 연기를 내뿜더니 덧붙였다.
“그 여인은 끝내 제정신을 되찾지 못했다는 말을 나중에 들었지요.”
나는 우리 대원들을 쳐다봤다.
As we climbed back down the mountain, I had plenty of time to think about this.
Before the Japanese occupation of Korea and its subsequent division, old tiger tales from the Silla, Koryo and Yi dynasties were no doubt common in mountain villages all over the peninsula. In these modern days, it would be hard for these tales to stay alive. Harder again in the North under a communist doctrine, where superstitious practices and thought have become outlawed. But also in the South too where modernization has exposed the (extinct) tiger simply for what it was: a large striped cat, with no magical powers at all. Only still in folk legend.
But with these villages in the North being so far from modernization and a global network of information, it’s possible that the villagers still saw, or thought they saw, the occasional tiger, catching a glimpse of its coat as it dashed through the bush. Then around a heeding family dinner they would digest its legend. And how might members react to these sightings? Well, maybe they just continue with what they know already passed down from hundreds of years of folklore. Although easily fooled by smaller animals, the magical beast can with its entrancing gaze, and ability to change form, trick humans to their fate.
And even if you shed your clothes and burn them on fire, or a motorist whips you to safety, you will still never recover, and eventually die from its curse. That is unless you do what Pak said, about-turn from its stare, show it your butthole, and with your pants around your knees, make good your escape.
산에서 내려오는 동안, 나는 호랑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일제강점기와 한반도 분단 이전에는 신라, 고려, 이 씨 왕조 시대부터 전해오던 옛 호랑이 이야기가 한반도 전체의 산골 마을에서 잘 알려져 있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늘날에는 이런 이야기는 살아남기 힘들 것 같다. 공산주의 치하의 북한에서는 더욱 힘들 것이다. 북에서는 미신의 신봉을 불법화하지 않았던가. 남쪽도 마찬가지다. 현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멸종된 호랑이는 그저 줄무늬 박힌 커다란 고양이로, 신통력이 사라져버린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호랑이는 민속 설화에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현대화와 세계화의 영향이 못 미치는 머나먼 이곳 북쪽의 동네에서는 아직도 마을 사람들이 저녁상에 둘러앉아 이젠 아주 희귀해진 호랑이를 어디서 봤다거나, 그 화려한 줄무늬를 어디서 언뜻 봤다는 이야기를 가족과 하면서 호랑이 전설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런 호랑이 목격담에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도 호랑이를 만난 이야기가 한반도의 민간 설화에 수백 년 동안 전해져 온 방식대로 이것도 비슷한 전설로 전하지 않을까. 호랑이는 비록 작은 동물에게 쉽게 속아 넘어가긴 하지만, 이 신통력의 동물은 노려보는 눈빛으로 사람의 넋을 잃게 하거나, 둔갑으로 홀리게 한 다음, 사람을 잡아먹는 것이다.
당신이 옷을 벗어 불에 태우고, 차를 타고 가던 사람이 당신을 구해준다고 해도,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고 호랑이의 저주에 걸린 나머지 죽을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런데 그건, 박성호의 말대로 호랑이의 눈길을 피해 빙글빙글 몸을 돌리고, 팬티를 무릎까지 내려 똥구멍을 호랑이한테 보여준 다음, 냅다 도망치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는 말이다.
Published in November, 2017 as part of a Daum crowdfunding series.